8Bit Kids의 추억..

ordinary 2006/12/06 11:44
오늘 아침 밤샘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서 그동안 잘 살펴보지 못했던 RSS리더를 열었다.. 여기저기 올려진 글들을 둘러보다가 김국현님의 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쯤 MS로 옮기신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 내용에 대한 글이었다.. 글을 읽다 보니 낯익은 화면 하나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 :)

MSX BASIC 1.0

나는 컴퓨터라는 것을 국민학교(요즘 표현대로라면 초등학교) 때 처음 접했다.. 당시 다니던 학교가 컴퓨터 교육 지정학교가 되면서 교실 하나를 전산실이라는 이름 하에 애플 카피 모델을 설치해 놨었다.. 거기서 처음 그린 모니터(모노가 아닌 녹색으로 문자가 표시되던.. --;)를 바라보며 선생님이 칠판에 써주던 베이직 프로그램을 작은 손가락으로 떠듬떠듬 입력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름 부유했던 친구들은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과외로 배웠던 내용들을 학교에 와서 자랑하곤 했다.. 단음처리밖에 안되는 내장 스피커로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소리가 나도록 프로그래밍하기도 하고 별표를 화면에 그리고 그것을 수평이동하면서 겹치게 나타내기도 했었다.. 나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부모님에게 나도 컴퓨터를 사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었던, 지금 돌아보면 좀 철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

그러던 중 중학교 때 드디어 내 손에도 컴퓨터라는 것이 안겨졌다.. MSX2 CPC-300이라는 모델이었는데 이 모델보다는 IQ-2000으로 더 많이 알려졌던 대우에서 만든 MSX2 8bit PC였다.. 내게는 첫 컴퓨터이기도 하고 이 녀석과 가진 추억들이 많이 있어서 아직도 이 모델을 가지고 있다..
CPC-300 IQ-2000

이 PC를 부팅시키면 나오는 첫 화면이 맨 위에 올려놓은 사진의 모습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컴퓨터를 키자마자 프로그래밍을 위한 에디터가 실행된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그 때는 PC를 사용하여 할 수 있는 것이 몇 개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것도 게임이나 몇몇 어플리케이션 외에는 많이 보급이 되지도 않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저 화면을 보면서 옆에 Basic 책 하나 펼쳐 놓고 책에 있는 Basic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실행해보던게 거의 전부였다.. MSX 단행본에 실린 어셈블러 기반의 롤플레잉 게임 코드를 하나하나 손으로 입력해서 게임을 해보기도 했고 도트 하나하나 찍어가며 아기공룡 둘리 캐릭터를 그리며 액션 게임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그 당시는 정말 다들 프로그램을 짜보고 실행해가며 PC를 사용했었다.. 

지금 바라보면 요즘 최신형 휴대폰 화면만큼도 안되는 256 X 192 크기의 화면이지만 그 당시에는 여기서 못할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맥북의 가로 해상도가 1280인데 여기서 저 캡쳐화면 이미지를 바라보자니 정말 작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저 화면을 보면서 내가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살며시 웃음을 머금게 된다.. :)

8bit kids로 이 때의 기억들을 되살려 글을 쓰려면 끝이 없을 듯 하다..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되면 글을 남겨볼까 한다.. 지금은 야근의 후유증으로 눈이 자꾸 감겨온다.. ^^;
2006/12/06 11:44 2006/12/0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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