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피아노 학원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던 내가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TV에서 보았던 한 애니메이션[footnote]요술공주 밍키로 기억한다..[/footnote]에서 흘러나오던 잔잔한 피아노곡을 내 손으로 한번 연주해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곡은 다름 아닌 쇼팽의 녹턴 E flat major, op.9 no.2.. 곡 제목으로는 도저히 어떤 곡인지 알 수 없다면 아래 플레이어를 재생해 보면 아~ 이 곡이구나 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곡이다..

Nocturne in E flat major, op.9 no.2

처음 도입부의 악보


왜 이 곡을 연주하고 싶었는지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 기억나는 것은 이 곡을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 쏟았던 그 시간과 노력들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피아노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던 내가 이 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기껏해야 바이엘과 체르니 100번을 이제 막 독학으로 마친 사이비 실력이었고 그나마도 정석대로 하지 않아서 악보를 보면서 피아노를 친다는 것은 거의 힘든 상황이었다.. 선택은 단 한가지.. 곡 전체를 외워서 치기로 맘을 먹었다.. 그리고 그 후로 하루에 악보 두마디씩 외우기 시작했다..

하루 두마디밖에 안되는 분량이었지만 기초실력이 없었던 관계로 한음 한음 눌러 나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간에 치기 어려운 부분이 나타나면 하루에 한마디를 진행하는 것 조차 버거웠다.. 그래도 내 손으로 한번 연주해보고 싶다는 그 생각 하나로 근 2개월 여를 외워치고 또 외워서 쳤다.. 그렇게 2개월 정도 반복이 되니 도입부는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뒤로 외우는 속도가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길 4개월 정도.. 어느날 피아노 위에 있던 녹턴 악보를 치우고 전곡을 한번 외워보기로 했다.. 소리가 그리 예쁘게 나지도 않았고 곡 진행이 매끄럽지도 않았지만 연주가 가능했다.. 내 손으로 그렇게도 연주하고 싶었던 녹턴을 연주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그 뒤로 피아노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연습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못되다 보니 그 때 외웠던 녹턴이 거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래도 녹턴의 첫 도입부는 지금도 외울 수 있어서 쇼핑몰 등에 가서 디지털 피아노 등을 구경할 때면 한번씩 쳐보곤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녹턴을 다시 연주해보고 싶다.. 물론 깨끗이 사라져 버린 기억 덕분에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외워나가야 하겠지만.... 어쩌면 한심해 보일 정도로 녹턴에 미쳐서 곡을 외워가면서까지 내손으로 연주를 해보고 싶었던 그 때 그 열정이 지금의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Nocturne in E flat major, op.9 no.2 by Sergio Callig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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