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의 이별

2009/07/11 10:30 | ordinary
어려서부터 집안 사정으로 무척 많은 이사를 경험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떠난 장소를 다시 돌아가는 경우는 없었다.. 사회생활 역시 마찬가지였다.. 몇번의 이직을 거쳐 지금까지 왔는데 그 이직의 과정 동안 같은 공간을 다시 돌아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떠나게 된 공간은 그 상태로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간혹 어떤 목적이나 필요성에 의해 다시 찾게 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공간에 대한 회귀를 뜻하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진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이전에 몸담고 있던 공간에겐 이별을 통보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간을 옮겨가는 것은 일정한 기한을 두고 진행하게 마련이다.. 이전 공간에 자리잡고 머물러 있던 것들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배치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간은 이전 공간에겐 시한으로 다가온다..

시한이 정해지는 순간, 지금까지 몸담았던 공간 안에 속한 것들에 대해 시각의 재해석이 진행된다.. 가볍게 지나쳤던 것 하나 하나에 주목하게 되고 다른 시선으로 살펴보게 된다.. 나름 떠날 공간에 대한 예우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다시 회귀하지 못할 공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억에 담아두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곳을 다시 찾게 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이미 머리가 아닌 가슴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간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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