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간의 갈등에 대한 원인과 치유방법 연구로 유명한 존 그레이(John Gray) 박사의 저서 중 누구나 한번쯤 듣고 읽어봤을법한 유명한 책이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바로 그것.. 나 역시 결혼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연신 맞아맞아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물론 감탄사로만 끝이 났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 굳이 뇌구조도까지 그려가며 비교하지 않더라도 남녀간의 생각과 가치관, 감성은 서로 다른 것이 사실이다..

부부관계만이 아니더라도 남녀가 가지고 있는 차이점은 생각 외로 여러가지 상황에서 발현된다.. 남녀가 이성간에 친밀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대표적 사례인데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이성에 대한 친밀감을 얻게되는 상황적 계기가 같은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상대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상대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친밀감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성은 친밀감을 얻기 위해서는 소통이나 교류가 사전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가 있어야만 비로서 상대에 대한 친밀감이 조성이 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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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열차를 타고 내려가게 되었는데 바로 옆자리에 전혀 처음 보는 한 미모의 아가씨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남자의 경우는 이성이 이미 자신과 같은 공간에 들어와 있으므로 사전에 어떠한 교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친밀감을 가지게 된다.. 비록 시선은 창밖의 풍경을 향해 있더라도 머리속에서는 평소에 생각을 잘 안한 관계로 훈련이 안되어 있던 뉴런이 땀을 흘리며 이성에 대한 복잡한 계산을 수행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 여자도 나에게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전혀 비이성적 판단으로 결론을 내리게 한다..

여자의 경우는 그와 다르다.. 이성과의 친밀감이 형성되려면 어떤 소통이나 교류가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남자는 타인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말 그대로 모르는 사람이다.. 그렇게 그 공간안에 낯선 남녀가 앉아있을 뿐이다..

부산에 도착해서 자리를 일어나게 되면 서로의 머리속은 우스워진다.. (주로 남자가 우스워지는 경우지만 --) 남자는 같은 공간이란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몰려온다.. 친밀하다고 생각했던 이성에게서 연속적으로 유지될 것 같았던 친밀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어떤 교류도 없었지만 자신 스스로 만든 친밀감으로 인해 순간적 판단력 부재의 후유증이 그에게 다가온다..

반면 공간적 친밀감이 없는 여자의 경우 끊어질 공간적 연결고리가 애초에 없었으므로 그 공간에서 떠나는 것에 대해 어떠한 느낌이나 아쉬움도 남지 않는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돌리는 시선이 궁금할 수 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이었으니 궁금증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둘 사이에는 어떤 소통도 교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남성은 주로 공간적 친밀감을 바탕으로 빠른 결론에 이르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은 결론에 이르기 위한 과정에서의 소통과 교류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 상황은 바로 이런 관점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긴 이야기를 초두에 벌여놓은 이유는 남녀가 웹서비스를 접할 때도 유사한 해석을 내릴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남성은 웹서비스를 접할 때 그 서비스를 접한 순간(인터넷이라는 넓은 공간 중에 서비스라는 한정된 자신의 공간에 들어온 순간) 공간적 친밀감을 가지고 접근한다.. 그리고 그 서비스에서 최대한 빠른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서비스의 이용목적이 된다.. 처음 접하는 서비스라면 최대한 빠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과정으로 테스트를 진행해가면서 서비스에서 친밀감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즉 이 낯선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건지 말건지가 초기 도출된 결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가 만족스럽다면 비로서 서비스가 보유한 기능에 대해 시선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결과가 보증을 서서 조성된 친밀감은 기능상의 난제를 어떻게 하든 극복하게 이끈다.. 서비스가 일단 맘에 들었다면 기능이 어려운 것은 내가 극복해야 할 숙제이지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여성의 경우 서비스와의 소통이나 교류를 통해 친밀감을 조성하려 시도한다.. 보통 그 교류는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기능이나 그를 통해 얻게 되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 등을 접하면서 이뤄져 나가는데 그 과정 중 소통이 원할치 않게되면(기능이 어렵다거나 당연히 이럴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의도와 다른 피드백이 제공될 때 혹은 디자인적 감성이 차이가 날 때 등등..) 서비스에의 친밀감이 떨어지게 된다..
서비스에서 느끼는 교류 중 서비스가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간에 생성되는 교류도 서비스에의 친밀감 조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런 교류가 일어나지 않는 서비스 역시 여성에게는 친밀감을 얻지 못하는 서비스로 느껴지게 된다.. 친밀감이 떨어진 서비스는 비록 내가 그 서비스에 접속해 있더라도 감성적 연결고리는 이미 끊어져 있는 상태가 되고 다시 그 고리를 잇기 위해서는 이 서비스를 반드시 써야만 하는 이유가 나에게 존재하는가를 필수조건으로 내세운다..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어느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는가를 바라보면 앞서 예를 든 남녀의 관점 차이에 대해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남성은 주로 원하는 결과가 처리가 안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그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필요한 기능이나 성능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남성들이 서비스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가만히 보면 서비스의 안정성(서비스가 자주 다운된다..)이나 화면상의 표시문제(페이지가 안뜨거나 화면이 깨진다..), 접속속도나 성능(왜 이렇게 느린거냐? 페이지 하나 띄우면 CPU 점유율이 90%가 넘는다.. 등등)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있어서 문제점 지적의 결론은 "서비스의 문제=결과 보장못함" 이다..

그에 비해 여성은 주로 기능이나 접근의 어려움(이 서비스는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모르겠다.. 용어나 기능이 너무 어렵다..) 메뉴의 직관성(이 메뉴는 왜 이 자리에 있나?)이나 사용자 경험(다른 서비스와 이러이러한 점이 다르다..) 등에 대한 지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이 결국 서비스와의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고 소통을 할 수 없는 답답함이 서비스의 문제를 지적하는 방향으로 표출되게 되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문제점 지적의 결론은 "서비스의 문제=내가 쓰기 힘듬" 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니 자신은 그 경우에 해당하지 않다고 의문이나 염려를 할 필요는 없다.. :)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특정 성별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든다면(혹은 존재할 수 있다면.. 이런 서비스가 정말 가능할지도 의문..) 별다른 고민을 안하겠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일반적인 서비스를 생각하면 어느 계층을 지표로 삼아 제작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서비스의 방향성을 좌우할 정도로 판단에 있어서 어려운 선택의 시간을 갖게 한다..

과연 화성남자와 금성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가 이 지구상에서 구현이 될 수 있을까? 그 답은 어쩌면 화성남자도 금성여자도 아닌 지구인만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지구인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은 또 시작된다...

http://ittrend.egloos.com/2899480

언중유골이란 말이 있다.. harris님이 마지막에 덧붙인 '다음번엔 성형외과 보단 신경외과에 갔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바로 이 고사성어에 딱 맞는 경우겠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성형외과가 더 손님이 많고 돈도 많이 버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성형외과가 그 성형외과가 아닌 거라는 건 다 알고 계실 것이다.. 이놈의 노파심이란..--;;

실제 의학계에서도 신경외과는 매우 어렵고도 힘든 분야라서 잘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공계 기피의 사회 분위기와 맛물려 개발자들의 고뇌와 아픔이 전해지는 듯...(기획자들 역시도..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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