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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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욕실 주변기기들이 예전에 비해 다양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한 것들 중 대표적인 것이 잡지꽂이를 들 수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불과 몇년 전만해도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책을 들고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런 행동이었다.. (물론 본인의 경우다..)

욕실에 비치되어 있는 잡지꽂이 중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이 있는데 대략 아래 형태의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물론 좀더 멋진 디자인들이 많이 있지만 거의 이러한 형태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디자인은 깔끔한 디자인이긴 하지만 실제 사용성 측면에서 보면 잘못된 디자인이다.. 과연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일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름아닌 잡지를 잡아주는 대각선 바의 방향에 있다.. 이 형태의 잡지꽂이에 잡지나 책을 비치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 수록 책의 모서리 부분부터 중력의 영향으로 꺽이게 되어 책이 휘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출간되는 책의 제본 형태는 정면에서 바라볼 때 왼쪽 부분을 철하여 만들어진다.. (이러한 형태의 제본 방식을 좌철제본이라고 말한다) 보통 잡지꽂이에 책을 꽂을 때 표지가 보이도록 놓게 되는데 옆에 있는 디자인의 경우 좌철제본으로 만들어진 책의 경우 제본 부분은 바가 잡아주게 되어 문제가 없지만 책이 넘겨지는 페이지 부분은 전혀 힘을 받지 못해 책의 오른쪽 상단부터 서서히 휘어지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그 꺽임의 정도는 더 심해지고 결국 책이 휘어지게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만약 위 디자인에서 바의 대각선 방향이 좌상-우하가 아닌 좌하-우상 형태로 되어 있었다면 책은 꺽이지 않을 것이고 잡지꽂이는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제품으로 되었을 것이다.. 제품 디자이너가 실제 잡지를 꽂은 상태에서의 사용성을 깊게 고민하지 않았음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더 아쉬운 점은 이러한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잡지꽂이가 의외로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 디자인이 갖고 있는 사용성의 문제가 그러한 제품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제품을 설계하거나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사용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만 실제 적용되어 사용해 보기 전에는 그것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바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품을 기획하는 초기 단계부터 UX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깊이 고민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야 말로 바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이들의 몫이자 숙제이다..
2011/05/26 22:08 2011/05/2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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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3번 출구를 올라가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3번 출구 계단 올라가는 방향 오른쪽에 붙어있는 종합 안내도 때문인데 안내도를 보고 있자면 왜 그 자리에 안내도를 설치했는지가 궁금해진다.. 궁금증의 사유는 이러하다..

우리나라의 보행자 통행방법은 좌측통행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마찬가지.. 바로 이점 때문에 안내도의 위치가 문제가 되는데 3번출구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안내도를 보려고 계단 아래 서있는 동안 좌측통행에 의거하여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부딪히게 되어 그 자리에서 작게나마 정체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안내도는 계단 초입부에 설치한 것도 아니고 두세칸 올라간 위치에 설치되어 있어서 계단 위에서 정체아닌 정체가 일어난다.. 안내도를 보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3번출구로 나가려는 사람들일텐데(안내도가 지하상가 안내도가 아닌 역 주변 지역 안내도이므로..) 그 사람들이 안내도를 보려는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배치한 결과가 지나가는 보행자들의 불편함을 이끌어 낸 것이다.. 왜 좌측통행의 방향에 맞춰서 입구 왼쪽에 안내도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공간상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단지 눈에 잘보이라고 그런 것인지 설치 당사자가 아니라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입구 왼쪽 벽엔 눈에 잘보이는 광고판이 붙어있다..)

서비스를 기획하는 이들은 유저들의 사용성(UX:User Experience)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이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는 그 사용성이 일반적인 속성을 가지는가의 문제다..

일반적이란 표현 속에는 암묵적으로 동시대(contemporary)에 통용되는 보편적 기준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것은 마치 표준어의 정의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것처럼 시대적 조건[footnote]표준어의 경우 시대적 조건 외에 계층적 조건과 지역적 조건이 더 포함이 되므로 어떤 면에선 좀더 세밀한 기준일 수 있다.. 그러나 사용성 역시 그에 못지 않게 고려할 조건들이 많이 있다..[/footnote]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용성이란 바로 현 시점에서 통용되는 사용성이고 그 시점을 살아가는 사용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은 사용성의 의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내재함을 의미한다.. 장벽은 사용자 개인의 성향이 될 수도 있고 습관이 될 수도 있다.. 이전에 접했던 경험이 어떤 서비스를 접할 때 다시 살아날 수도 있으며 심지어 개인의 가치관이 사용성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이를 만족할 수 있는 사용성이란 애초에 존재하기 힘들며 그렇기 때문에 동시대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용성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기획자들의 일거리다..

위에서 예로 든 종합 안내도의 배치가 만약 우측통행을 하는 국가에서 행해 진 것이라면 그 배치로 인해 발생한 사용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기에 결국 일반적이지 않은 사용성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말았다.. 일반적이란 말은 그렇기 때문에 쉽게 답을 써내기 어려운 숙제와 같다..
2007/04/24 00:54 2007/04/2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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