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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년여 전.. 이미 개봉한지 한참 지난 영화를 우연히 보고 참 먹먹했던 경험이 있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와 츠네오가 풀어갔던 그 일상과 결말이 가져다 준 느낌..

사람 사이에 만들어진 관계와 존재와 존재를 이어준 기억들.. 너무나 덤덤할 정도로 이별을 얘기하고 그 상처를 품은 채 자신의 삶을 세상 가운데로 이끌어 낸 조제, 그리고 길을 걷다 갑자기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한 츠네오의 슬픔이 서로 대비되면서 영화가 전해 준 것은 무척이나 해석하기 힘든 감정 그 자체였다..

요노스케 이야기는 내용의 전개나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는 전혀 달랐지만 엔딩 크레딧을 바라볼 때 몰아치듯 다가온 감정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 그 때 한동안 먹먹했던 그 감정을, 어느 순간 잊고 있었던 그 감정을 다시 되살아 나게 했다..

사실 유쾌하게 바라보면 한없이 유쾌할 수 있는 영화다.. 때는 1980년대 후반.. 젊은 시절의 요노스케 그리고 범접하기 힘든 캐릭터를 가진 그의 주변 인물들.. 사실 요노스케도 그리 평범하진 않지만 워낙 주변 인물들이 독특한 터라 그가 오히려 평범해 보이는 착시 효과를 가져온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삶의 중반부로 나아가는 나이가 된 어느 날.. 그들은 각자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 자리잡고 있던 요노스케를 떠올리며 그와 함께 했던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 간다.. 돌아간 시간 속에 함께 웃고 함께 울던 요노스케를 떠올리며 다시는 오지 못할 그 시절을 추억한다..

당장 눈앞에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와 함께 했다는 것은 이미 그로 인해 내 삶의 모습이 조금씩 변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노스케와 함께 했던 이들은 자신의 삶이 요노스케로 인해 어떻게 변해왔는지 생각을 되새김질 하며 어느 순간 잊고 있었던 그의 흔적과 영향력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것은 마치 나비의 날개짓처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삶의 전환을 이끌어 낸 큰 움직임이었고 인연이었음을..

살다보면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돌아가는 삶의 바퀴가 너무 빨라 누군가 나의 곁에 있었음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문득 어느 순간 그 누군가를 기억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떨어져 달려온 탓에 다시는 다가서기 힘든 상황을 맞이할 때가 있다.. 이 지구라는 같은 공간 안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겹겹히 쌓여서 결국은 헤어짐으로 귀결되고 그렇게 각자의 삶은 다시 이어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요노스케가 사진을 찍으며 웃던 모습으로 남겨준 것은 어쩌면 그런 헤어짐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니 영화가 끝난 후 다가왔던 먹먹함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2014/05/30 19:30 2014/05/30 19:30
작년 11월에 절판되었던 관계로 구입하지 못했던 스탠리 큐브릭 전집 박스세트를 구하게 되었다.. 워너특별할인전을 통한 절판 타이틀 판매행사가 열려서 덕분에 구하고자 하던 타이틀을 손에 넣게 되었다..

박스세트의 이름이 스탠리 큐브릭 전집이긴 하지만 사실 큐브릭 감독의 모든 작품을 다 모아 놓은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 중 대표작으로 손꼽을만한 것들을 묶어 놓은 형식으로 발매가 되어 있다.. 그나마도 특별한 구성없이 각 편당 영화가 담긴 타이틀 하나씩 들어있는 소위 이름값을 못하는 단촐하기 그지 없는 박스세트다.. 하지만 담겨져 있는 작품들만 보아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세계를 이해하는데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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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세트의 작품 중 개인적으로 보고 싶었던 작품은 다름아닌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였다.. 말콤 맥스웰이 주인공 알렉스 역을 맡아 열연했던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워낙 의견이 분분한 작품이라서 가볍게 추천하기는 어려운 영화다.. 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영화를 꼭 보고 싶었던 이유는 몇년 전 방송되었던 EBS의 한 영화비평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면서 영화가 클래식 음악을 이용해 어떠한 방식으로 이미지와 사상을 연계시키고 담아내는 가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주제에 대해 예제로 나온 작품 가운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 두개가 포함되었다.. 그 중 하나가 앞서 말한 시계태엽 오렌지.. 다른 하나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A Space Odessey)'였다..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죽는 순간까지 했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을 집에서 편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 박스세트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더군다나 작품 가운데는 6~70년대에 제작된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모두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화질도 30여년전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눈이 의심스러울 만큼 잘 보정되어 있다..
2007/04/26 01:05 2007/04/26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