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3번 출구를 올라가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3번 출구 계단 올라가는 방향 오른쪽에 붙어있는 종합 안내도 때문인데 안내도를 보고 있자면 왜 그 자리에 안내도를 설치했는지가 궁금해진다.. 궁금증의 사유는 이러하다..

우리나라의 보행자 통행방법은 좌측통행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마찬가지.. 바로 이점 때문에 안내도의 위치가 문제가 되는데 3번출구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안내도를 보려고 계단 아래 서있는 동안 좌측통행에 의거하여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부딪히게 되어 그 자리에서 작게나마 정체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안내도는 계단 초입부에 설치한 것도 아니고 두세칸 올라간 위치에 설치되어 있어서 계단 위에서 정체아닌 정체가 일어난다.. 안내도를 보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3번출구로 나가려는 사람들일텐데(안내도가 지하상가 안내도가 아닌 역 주변 지역 안내도이므로..) 그 사람들이 안내도를 보려는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배치한 결과가 지나가는 보행자들의 불편함을 이끌어 낸 것이다.. 왜 좌측통행의 방향에 맞춰서 입구 왼쪽에 안내도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공간상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단지 눈에 잘보이라고 그런 것인지 설치 당사자가 아니라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입구 왼쪽 벽엔 눈에 잘보이는 광고판이 붙어있다..)

서비스를 기획하는 이들은 유저들의 사용성(UX:User Experience)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이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는 그 사용성이 일반적인 속성을 가지는가의 문제다..

일반적이란 표현 속에는 암묵적으로 동시대(contemporary)에 통용되는 보편적 기준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것은 마치 표준어의 정의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것처럼 시대적 조건[footnote]표준어의 경우 시대적 조건 외에 계층적 조건과 지역적 조건이 더 포함이 되므로 어떤 면에선 좀더 세밀한 기준일 수 있다.. 그러나 사용성 역시 그에 못지 않게 고려할 조건들이 많이 있다..[/footnote]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용성이란 바로 현 시점에서 통용되는 사용성이고 그 시점을 살아가는 사용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은 사용성의 의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내재함을 의미한다.. 장벽은 사용자 개인의 성향이 될 수도 있고 습관이 될 수도 있다.. 이전에 접했던 경험이 어떤 서비스를 접할 때 다시 살아날 수도 있으며 심지어 개인의 가치관이 사용성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이를 만족할 수 있는 사용성이란 애초에 존재하기 힘들며 그렇기 때문에 동시대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용성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기획자들의 일거리다..

위에서 예로 든 종합 안내도의 배치가 만약 우측통행을 하는 국가에서 행해 진 것이라면 그 배치로 인해 발생한 사용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기에 결국 일반적이지 않은 사용성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말았다.. 일반적이란 말은 그렇기 때문에 쉽게 답을 써내기 어려운 숙제와 같다..
2007/04/24 00:54 2007/04/2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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