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my notes 2009/06/26 02:34
우리가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 기억의 대상이나 사건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다는 의미이다.. 의미를 부여하게 됨으로 기억의 대상은 다른 대상과 차별성을 가지는 자신만의 본질적 정의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정의는 차후 기억을 회상할 때 그것에 부여된 의미에 대한 부가적 설명을 해주는 장치가 된다..

사람들간의 관계를 통해 얻게된 기억에 대해서 간혹 동일한 대상이나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내용의 기억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다름아닌 상호간 부여한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를 흥미롭게 표현했던 영화가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이다..) 이는 본질의 왜곡이 아닌 본질 자체에 대한 해석의 차이이기 때문에 서로의 기억이 틀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동일 사건에 대한 의미 부여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까지 막을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관계를 통해 발생한 기억은 되도록 상호간에 동일한 의미를 부여하려 노력한다..

기억이 가진 속성 중 하나로 의미의 중첩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사물에 대해 어떤 의미가 부여되어 기억되었다고 할 때 그 사물에게 하나의 고정된 의미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점과 상황에 따라 그 시점에서 발생한 의미가 사물이나 사건에 부여되는데 이전에 부여된 의미 위에 또 다른 의미가 덧붙여 지게 된다.. 중첩된 의미는 마치 색이 다른 셀로판지를 겹친 것처럼 각각의 부여된 의미가 서로 혼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억 속에 자리잡는다..

흥미로운 점 하나가 있는데 어떤 사물에 중첩된 의미를 부여할 때 우리는 이전에 정의되었던 내용을 다시 회상하며 새롭게 부여할 의미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차별화된 요소를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결국 각 의미는 상호간에 직접적인 연계성은 없지만 기억이란 행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서로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어찌보면 기억이란 대상에 대한 의미 부여를 통해 그 대상과의 연계성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의지의 다른 형태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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