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이야기들과 음악이야기들을 보러 가끔씩 들리는 음반수집가님의 블로그에 그동안 수집했던 음반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포스팅을 접하게 되었다.. CD라는 매체가 탄생한지 25년이 되었고 이제는 그 매체로의 위상이 MP3에 밀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이 때, 이렇게 우직하게 음반을 구매하는 이들이 있음을 요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처가에 방문할 때마다 장인어른께서 도우넛판(확실하진 않지만 EP로 기억한다..) 시절부터 모아오신 클래식 음반들을 보면서 그 음반들에 담겨져 있는 시간과 추억들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앨범 하나하나마다 일련번호 정리를 위한 스티커를 붙여놓고 그 목록을 대학노트 같은 작은 노트에 볼펜을 이용한 수기로 목록정리를 해놓으신 것을 볼 때마다 음악과 함께 살아오신 열정이 느껴진다.. 언젠가 나에게 당신이 젊은 시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음악평론가가 되길 원하셨던 꿈을 접으셔야 했다고 회고하시던 것을 기억할 때마다 그 꿈을 대체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출구가 이러한 취미로 자리잡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을 듣는 이들이 CD를 구매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대부분 MP3로 그 영역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자 대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MP3를 저장하지 못해 하드디스크를 추가로 구매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음반수집가님의 포스팅에서 느껴지는 아련함이 전해지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단순히 내가 나이를 들어서만은 아닐텐데.. 맘에 드는 음악가나 음반의 CD를 어렵사리 구매하고 비닐포장을 처음 뜯어보면서 받았던 그 손끝의 경험이 이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마우스 클릭으로 대체된 까닭 때문일까..? 앨범 커버에 묻어져 있던 지문의 흔적들을 결코 가질 수 없는 MP3를 보면서 앨범의 그 익숙했던 공감의 부재가 가져다 주는 아쉬움 때문은 아닐까..? 뭔가 알 수 없는 이유가 주는 그 아련함이 가슴 한켠을 자리잡는다..
2007/08/21 13:00 2007/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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