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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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초에 평소 가끔씩 음악을 들으러 찾는 모 블로그에서 정말 우연하게 Shakatak의 Night Birds를 듣게 되었다.. 이 곡은 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곡인데 처음 이 곡을 접하게 된 사연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남다르다고 내가 Shakatak이란 그룹 멤버와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고.. :)

Night Birds를 처음 알게된 것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성(지금의 LG)에서 GEK-6000 이라는 모델명으로 전자키보드-신디사이저가 아닌 말 그대로 전자키보드-를 생산한 적이 있었다.. 짐작하건데 모델명에 포함된 GEK라는 단어는GoldStar Electronic Keyboard의 이니셜이 아닐까 싶은데 아마도 맞을 것이다..

GEK-6000

GoldStar GEK-6000


아무튼 GEK-6000에는 악기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한 데모곡 한 곡이 본체에 내장되어 있었는데 바로 이 곡이 Night Birds였다.. 당시 금성이 해당 곡에 대해 라이센스를 얻고 사용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데모곡을 연신 틀어보면서 그 곡을 따라 연주해보려 무지 애썼던 기억이 지금도 떠오른다..

Shakatak은 80년대 영국 출신의 Jazz Funk 밴드이다.. 이 곡 외에도 유명한 곡을 꼽자면 Out of this world를 들 수 있는데 아마 8, 90년대를 라디오와 함께 보낸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본 곡일 것이다.. Shakatak은 아직도 기존 멤버들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공식 사이트(www.shakatak.com)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의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곡이 약간 촌스러운 듯 싶으면서도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사실 80년대 노래들 중 이런 것들이 많이 있다.. 작년 한해 전국에 원더걸스 열풍을 일으켰던 Tell me 라는 곡 일부도 Stacey Q가 부른 Two of hearts라는 곡(1986년 발매)을 샘플링 한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은 음악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잘 아는 사실이다..

동영상을 보면 중간에 노래가 일부 나오는데 궁금해 할 이들이 있을지 몰라 가사만 살짝 소개하고자 한다.. 해석은 각자 하시길.. :)

가사 보기..


음악이란 것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특히 그 음악 가운데 어떤 사연이 함께 한다면 더더욱 묘한 알싸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우연히 듣게된 Night Birds 덕분에 예전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기회가 된 한 주다..


p.s. 위 GEK-6000 사진은 옥션에 어느 판매자가 올린 사진을 무단도용한 것이다.. 처음 GEK-6000 사진을 구하기 위해 LG사이버역사관까지 뒤져봤지만 어디에서도 이 제품의 사진을 구할 수 없던 차에 구글링으로 옥션에 올려졌던 내용을 찾게 되어 사진을 가져오게 되었다.. 불과 20년이 채 안되는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들의 정보를 자사 사이트에서조차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2008/01/09 23:45 2008/01/09 23:45
음반이야기들과 음악이야기들을 보러 가끔씩 들리는 음반수집가님의 블로그에 그동안 수집했던 음반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포스팅을 접하게 되었다.. CD라는 매체가 탄생한지 25년이 되었고 이제는 그 매체로의 위상이 MP3에 밀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이 때, 이렇게 우직하게 음반을 구매하는 이들이 있음을 요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처가에 방문할 때마다 장인어른께서 도우넛판(확실하진 않지만 EP로 기억한다..) 시절부터 모아오신 클래식 음반들을 보면서 그 음반들에 담겨져 있는 시간과 추억들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앨범 하나하나마다 일련번호 정리를 위한 스티커를 붙여놓고 그 목록을 대학노트 같은 작은 노트에 볼펜을 이용한 수기로 목록정리를 해놓으신 것을 볼 때마다 음악과 함께 살아오신 열정이 느껴진다.. 언젠가 나에게 당신이 젊은 시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음악평론가가 되길 원하셨던 꿈을 접으셔야 했다고 회고하시던 것을 기억할 때마다 그 꿈을 대체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출구가 이러한 취미로 자리잡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을 듣는 이들이 CD를 구매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대부분 MP3로 그 영역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자 대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MP3를 저장하지 못해 하드디스크를 추가로 구매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음반수집가님의 포스팅에서 느껴지는 아련함이 전해지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단순히 내가 나이를 들어서만은 아닐텐데.. 맘에 드는 음악가나 음반의 CD를 어렵사리 구매하고 비닐포장을 처음 뜯어보면서 받았던 그 손끝의 경험이 이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마우스 클릭으로 대체된 까닭 때문일까..? 앨범 커버에 묻어져 있던 지문의 흔적들을 결코 가질 수 없는 MP3를 보면서 앨범의 그 익숙했던 공감의 부재가 가져다 주는 아쉬움 때문은 아닐까..? 뭔가 알 수 없는 이유가 주는 그 아련함이 가슴 한켠을 자리잡는다..
2007/08/21 13:00 2007/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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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재즈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재즈 곡 중에는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듣기 좋은 곡들이 여럿있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선정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곡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참고로 비라는 주제와는 별로 연관성은 없는 곡들임..

곽윤찬 - Daisy
첫번째 곡은 키스 쟈렛의 스승이었던 레이 산티시에게 ‘버클리 이후 최고의 피아니스트’ 라고 평가받았던 곽윤찬의 2집 앨범 Daisy의 Grill Gaucho이다.. 조용한 피아노의 선율에 나즈막히 러닝하고 있는 bass의 느낌이 좋은 곡이다.. 아주 살짝 우울한 단조로 진행되는 이 곡은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기도 하다.. 라틴리듬에 절묘하게 스윙느낌이 배어있는데 곽윤찬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나오는 곡이다..

Norah Jones - Come Away With Me
두번째 곡은 Norah Jones의 The long day is over라는 곡으로 Come Away With Me 앨범에 실려있는 곡이다.. 역시나 잔잔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는 이 곡은 Norah Jones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재즈기타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특유의 끈적임이 가미되어 서로 다른 분위기가 어우러지는 곡이다..
곡을 듣다보면 긴 하루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마치 노을이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가는 한 사람이 살며시 떠오르는데 빗방울이 맺혀있는  창문을 통해 보이는 야경을 벗삼아 듣기에도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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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Chuck Mangione의 Recuerdo 앨범에 실린 I Had The Craziest Dream이란 곡이다.. Kenny Dorham의 원곡을 Chuck Mangione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곡인데 원곡이 전형적인 스윙의 경쾌한 느낌이었다면 Chuck Mangione의 연주는 매우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어 마치 이 곡이 원래 cool jazz가 아니었던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재밌는 것은 Recuerdo 앨범에서는 이곡만 유일하게 차분한데 어쩌면 Chuck Mangione가 Kenny Dorham에게 바치는 오마쥬의 표현을 이렇게 한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비오는 날은 왠지 감상적이기 쉽다.. 단 창문 안쪽에 있을 경우만 해당된다는 현실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들으면서 비오는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음악을 들으면서 부드러운 커피나 와인이 함께 한다면 더 부족한 것이 없을 듯...
 
2007/02/13 19:52 2007/02/13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