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특별활동 부서로 과학반에 그렇게 들어가고 싶었지만 TO(table of organization)의 한계로 인해 가위바위보를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생각지도 않았던 미술반에 들어가게 된 경험이 있다.. 미술반에 들어가서 처음 배우게 된 것이 스케치였는데 첫 스케치 시간에 배운 것이 나뭇가지를 제대로 그리는 방법이었다..

그 전까지는 별 생각없이 나뭇가지를 그렸는데 스케치 시간에 배운 내용은 나뭇가지를 자세히 보면 원가지가 더 크고 원가지에서 파생된 가지는 반드시 원가지보다 작다는 것.. 가지 모양이 Y자 처럼 보여서 두개가 동일하게 나가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한 가지는 분명히 크기나 굵기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 배운 내용이었다.. 지금까지도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그 때 받았던 정신적 감흥의 크기가 비록 어린 아이였지만 지식적 충격으로 다가왔음에 틀림없다.. 그 후 나뭇가지만 그리게 되면 무의식중에도 한 가지는 좀더 작게 그리는 것이 습관이 되버리고 말았다..

나뭇가지 그림

그러나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과연 이것이 정말 제대로인 방식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지식적으로 볼 때는 틀린 점은 없다.. 하지만 틀리지 않은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머리 속 깊이 뿌리내리고 자리잡은 관념의 허상이 나로 하여금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하는 것은 아닐까?

옳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종종 가지곤 한다.. 답을 찾고 싶은 의문이긴 하지만 그 답 역시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기를 한편으론 기대하면서..

언젠가 그 답을 찾게 된다면 제대로 된 나뭇가지를 그리고 싶다.. 나의 눈이 바라보는 있는 그대로의 나뭇가지를 그려보고 싶다..
2007/07/13 01:52 2007/07/13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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