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사이 그동안 사용하고 있던 Apple의 제품들이 모두 말썽을 일으키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제일 첫번째 경험은 맥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초기 출시제품에서 대부분 가지고 있던 팜레스트의 변색이 문제였는데 그 뒤로도 배터리의 충전에 문제가 생겨 배터리를 교체받기도 했다..

두번째 경험은 근 1년 반 넘게 사용하고 있던 iPod nano.. 이녀석 역시 어느날 갑자기 충전만 되고 USB 인식이 안되는 ROM(Read Only Memory) MP3 플레이어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더니 최근들어 완전 충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내뱉으며 재생 자체를 거부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다행히 좋아하는 곡들만 담겨져 있기에 새로운 곡을 넣지 못하는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

마지막 경험은 마이티마우스.. 블루투스 방식의 무선마우스인데 스크롤 기능을 담당하는 스크롤볼이 정상작동을 하지 않는 문제가 최근 들어 잦아지고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스카치테이프 신공으로 해결을 하곤 하지만 언제까지 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의문이 들긴 한다..

최근 1년간의 이 경험들은 개인적으로 Apple 제품에 대한 하드웨어적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앞으론 Apple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바로 '그렇다'라는 답을 내리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Apple 제품만이 주는 독특한 사용자 경험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부터 느끼는 경험은 대부분 이성적인 경험(제품의 스펙이나 성능 등등)보다는 감성적인 경험(디자인, 사용성, 제품이 주는 느낌 등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대부분 후자의 경험을 토대로 구매에 대한 결정을 내린 후 이성적인 판단을 보조도구로 활용한다.. 물론 후자의 경험이 이미 구매판단을 내린 이후이기 때문에 전자의 판단은 단지 참고자료일 뿐이다..

나름 내린 결론은 Apple 제품 만이 줄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중독 때문이 아닐까 한다..  분명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은 제품의 반복적 구매를 막아야 함에도 불구하도 결국 시선이 모이고 선택을 하게되는 것은 이성의 판단보다는 중독이 제어하는 비이성적 논리이다.. 중독은 나름대로 제공하는 논거가 있어서 정작 본인은 그것이 중독이 제어하는 것임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어느 것에 중독이 된다는 것은 그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선 그 원인 제공자(이 경우는 Apple의 제품들이 주는 경험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중독자들이 중독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독방법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깊은 증세로 들어갈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중독을 제공하는 그것을 원한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단지 무엇에 중독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누군가에겐 이런 중독은 어쩌면 미학의 대상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는 그런 미학을 경험하게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2007/10/24 10:47 2007/10/24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