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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ordinary 2010/02/17 00:05
퇴근 후 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네째 이모부의 큰 누님의 시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모 대학 병원 장례식장을 들리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와 그리 상관없는 장례로 볼 수도 있지만 따져보면 그렇지 않았다.. 이모부의 큰 누님은 돌아가신 어머니와 매우 친한 고향 친구셨다.. 이모부 역시 당신의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를 친 누나처럼 따르던 분이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이모부와 이모부의 큰 누님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루는 내내 도와 주셨고 오늘은 그 도와주심에 대한 예를 갖추고자 함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이모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모부의 어린 시절을 함께 나눈 어머니의 이야기가 주된 화제였다.. 눈물을 글썽이는 이모부의 모습을 보며 그냥 고개만 끄덕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월요일 오후가 되면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아 달려가던 그 때 그 기억이 악몽처럼 떠올랐다.. 이젠 많이 편해졌지만 지금도 수건에 물을 적셔서 물수건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될 때마다 어머니를 병간하던 그 기억이 당연하듯 떠오른다..

1월 마지막 주간 이틀 간격으로 세번의 장례식을 참석하게 되었다.. 마지막 장례식을 참석하게 되었을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돌아가신 고인의 가족과 20여년 가까이 알고 지낸 탓도 있겠지만 고인의 사인이 어머니와 동일한 탓이었다.. 완치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회복 중이셨는데 갑작스런 패혈증으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시게 되었다.. 그 가족들 역시 너무나 갑작스런 죽음에 할말을 잃고 있었고 그것은 3개월전 나의 그것과 동일했다.. 잠시 일을 도와드리고 집에 온 이후에도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적게 남아 있음을 알고 있는 지금,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계속 품게 된다.. 생각보다 죽음이란 것은 가까운 곳에 있고 어느 순간 다가올지 누구도 모르는 것이기에 삶에 대한 의미를 찾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한 때는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 폭이 그리 넓지 않다고 해도 그렇게 서글플 것 같지는 않다..
2010/02/17 00:05 2010/02/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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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만원의 굴레..

ordinary 2008/06/16 19:00


11만원의 빚으로 인해 3대가 노예생활을 해야 하는 현실..믿기지 않지만 그러한 이들이 지금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 금액이 어떻게 보면 작아 보이겠지만 그것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겐 헤어나지 못하는 수렁과 같다.. 그 상황이 안겨다주는 절망감이 어떤 것인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 부모님이 그러한 삶을 극복하시는 것을 지켜본 나로선 자식에게 그 굴레를 안겨주지 않아도 되는 그 기쁨을 이야기하는 이 어머니의 말이 마치 내 부모님이 하는 말 같이 뭉클하게 가슴 깊이 파고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반드시 성공을 하겠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만 왜 성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그리 많이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성공 이후에 그 성공으로 인해 우리에게 주어질 가치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단순히 내 가족과 잘먹고 잘살자라는 것만으로 그러한 가치를 누리기엔 너무 이기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물론 그러한 생각이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성공으로 주어진 가치를 그 범주 내에서만 누리는 것은 가치가 안겨다 주는 크기에 비해 너무 작게 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11만원으로 3대가 노예생활을 해야만 하는 그들에겐 그 굴레를 끊을 수 있는 힘이 스스로에게 없기에 누군가 그 굴레를 끊어줄 수 있어야 한다.. 한 주에 한끼 식사만 줄이고 그 비용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굴레를 안고 살아가는 가족을 1년에 두가족이나 그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 영상 초두에 나왔던 가족의 경우는 길지도 않고 딱 한달 5주간 모은 비용 만으로도 그 가족을 얽어매고 있는 쓴 뿌리를 잘라낼 수 있다.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 실천하는 것이 방법이다.. 내가 행하는 그 실천의 모습이 언젠가 내 아이에게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성공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2008/06/16 19:00 2008/06/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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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퇴근길에 내 시선을 집중시켰던 두 권의 책이 있다.. 둘 다 수학과 관련이 있는 책들이다.. 수학이란 말만 들어도 머리를 설래설래 흔들 사람들이 많음을 알기에 이런 모습이 어쩌면 별세계 사람의 행동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재미있게 읽은 책들이다..

소개를 해보자면 그 중 하나는 존 더비셔(John Derbyshire)가 쓴 리만가설-베른하르트 리만과 소수의 비밀 (원제:Prime Obsession: Berhhard Riemann and the Greatest Unsolved Problem in Mathematics)이고 다른 하나는 오가와 요코(小川 洋子)가 쓴 박사가 사랑한 수식(원제:博士の愛した數式)이란 책이다..

두가지 책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특정 공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리만가설'은 베른하르트 리만이라는 한 위대한 수학자가 제시한 소수와 관련하여 추측한 가설에 대한 이야기이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오일러 공식이 얽힌 한 수학자의 삶과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일본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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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가설은 리만가설에 얽힌 수학사의 뒷 이야기들과 리만가설의 수학적인 내용들을 장을 번갈아 가며 소개하고 있는데 수학적인 부분들은 아무래도 수식을 다루게 되어 읽기에는 조금 머리가 아플 수 있다.. 사실 이과 출신인 나로서도 책 내용이 좀더 심도있게 리만가설에 대해 다루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수학전공이 아니었기에 그냥 읽고 넘기기에 바빴다.. 대신 수학사를 다룬 부분들은 매우 재미있게 읽었는데 리만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던 수학자들이 흘린 눈물과 땀이 그대로 활자화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나는 듯 했다..

리만가설은 아직 공식적으로 증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적어도 지금 시점까지는 말이다.. 2004년도에 미국 퍼듀대학의 루이스 드 브랑게스라는 수학자가 이를 증명했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된 내용은 아니라고 한다.. 1859년 리만이 제시한 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150여년 동안 수많은 수학자들의 고뇌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학계는 전혀 새로운 분야들이 연구분야로 나타나기도 하고 서로 통합되기도 하면서 발전해왔다..

리만가설에 대한 주제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오일러 공식이 언급되기도 하고 중간 중간 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제를 이끌어 가지만 전혀 부담될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수학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논하는 한 노 수학자의 이야기가 가슴 한켠에 조용히 자리를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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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주인공 박사로 나오는 인물은 젊은 시절 입은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80분 밖에 기억을 유지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이다.. 소설에는 박사를 포함하여 3명의 인물이 서로 연결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데 오로지 세상과의 교통을 숫자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이끌어 내는 매우 독특한 성격의 수학자와 그를 돌보는 파출부, 그리고 그의 아들 루트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은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이 과연 어느 정도의 평안함을 가져다 줄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권하고 싶다..

동명의 영화 역시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게 묘사되어 있으므로 책 읽는 것이 부담되는 사람들이라면 영화를 먼저 보고 읽어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영화가 매우 잔잔하게 진행되므로 그런 종류의 영화를 꺼려하거나 보자마자 잠부터 오는 사람이라면 미리 고려해두면 좋겠다.. :)

중학교 시절 정말 어려운 수학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이틀 동안 그 문제를 가지고 씨름을 하다가 갑자기 머리속에서 뭔가 번쩍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느꼈던 그 기분은 다른 좋은 것들이 가져다 준 느낌과는 사뭇 다른 즐거움과 성취감이었다..

이 두권을 읽으면서 그 때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 느낌이 떠오른 것은 비단 수학에 국한된 느낌은 아닐 것이다.. 무엇인가 눈앞에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을 놓고, 비록 그것이 삶에 그리 실질적인 도움이 되진 못한다 하더라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이 주는 즐거움이 있기에 해답을 찾으려 애쓰는 것은 아닐까 싶다..

지난 150여년 동안 리만가설을 증명하려 했던 그 많은 수학자들, 그리고 숫자가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일생을 살아갔던 소설 속의 한 수학자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에게 주어진 삶 또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에 있어서는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결국 알게 될 것이다!  (Wir Mussen Wissen, wir werden wissen!) -David Hillbert-
2007/02/03 01:01 2007/02/03 01:01


걸리버여행기를 읽다보면 릴리퍼트라는 소인국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나라의 공직자 선발기준이 여러개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줄타기이다.. 생각하면 어이가 없긴 합니다만 줄타기 실력이 뛰어날 수록 높은 직위에 오르게 된다.. 물론 이 이야기는 당시 영국 정치판의 부패를 실랄하게 풍자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되짚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줄타기가 아닐까 한다..

살아갈 수록 줄타기의 종류 또한 엄청나게 늘어남을 느낀다.. 삶이 줄타기일 수도 있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줄타기 일 수도 있다.. 눈앞에 다가온 기회가 줄타기의 출발점일 수도 있다.. 줄위에 올라서는 것을 결정하기까지의 시간도 힘들지만 막상 올라선 후가 더 어려울수도 있다..

그래도 줄타기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느끼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언제라도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요소를 안고가는 것이지만 그 모든 것이 완료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그 무엇보다도  큰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기에 위험하지만 한번 해볼만한 도전이다..

우리의 삶은 한번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으로 가득차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줄타기의 한 단면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2006/09/16 00:27 2006/09/1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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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개인적으로 생각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정답이 내려지지는 않았습니다만 무언가 해결점을 향해 한걸음 내딛어야 한다는 결론은 내려진 듯 합니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라는 것은 그 개개인의 삶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혀있지요.. 그 관계와 관계가 엮이고 연결되어 그것이 만든 더 큰 삶가운데 각 개인들을 담아두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아마도 人生이란 말은 그런 사람과 사람들의 삶들을 하나로 표현한 말이 아닌가 싶군요..)

개인적으로 몇 주간 주변의 지인들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관계라는 울타리속에서 서로의 삶의 모습이 변화되어 갔습니다.. 그 안에는 새로운 만남도 있었고 또 잊혀진 듯 했던 상처가 결국은 서로의 관계를 끊어야 하는 아픔으로 남겨지기도 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 모든 것을 '인연'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섭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물리에서는 '복잡계'의 한 현상으로 이를 해석하고 연구합니다.. 어느 것으로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인간의 생각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범위가 큰 것들이지요..

처음 시작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만약 그 때 그런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이라는 것은 지나가버린 상태이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조차 이미 사라져버린 시간속에 남겨진 흔적일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결국 그 모든 것은 어느 정해져 있는 길 가운데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고 무대에서 내려가야 하는 이름모를 배우의 모습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관계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일이라면 그 관계의 지속성 여부를 떠나서 정말 어느 순간에 돌아보아도 아쉬움이 없는 그런 관계가 되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좋은 인연이든 악연이든 말이죠.. 지난 몇 주동안 지켜본 모습들은 그 직접적인 관계의 당사자들 뿐이 아니라 저에게도 많은 아쉬움이 남겨졌습니다..

그렇지만 관계가 끊어진다고 해도 삶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관계를 통해 그 삶은 계속 연결되어 질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연결되어질 그 관계에서는, 바라기는 정말로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일 것입니다..
2006/07/18 01:06 2006/07/1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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