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테이션 젠
컴퓨터가 근대 업무환경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영향을 끼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프리젠테이션 분야라고 볼 수 있다.. 국가비상사태 시 대통령 앞에서 상황보고를 하는 브리핑 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플립 차트(Flip Chart)부터 시작하여 슬라이드의 대명사인 OHP를 거쳐 지금의 프로젝터를 이용하는 단계까지, 더 좋은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기기와 방법은 계속 발전해왔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도구(HW & SW)가 획기적으로 발전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이들은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 두려움의 이면을 살펴보면 도구의 발전과 개인의 프리젠테이션 능력과는 별개의 사안임을 알 수 있는데 크게 두가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사전준비 소홀로 인해 발생하는 두려움
프리젠테이션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발표하는 내용에 대해 발표자 스스로가 100%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프리젠테이션에 임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말주변이 좋은 발표자라 하더라도 이 원칙은 언제나 유효한데 사전 준비가 안된 발표에서 순간의 재치와 입담으로 그 시간을 넘길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발표는 무게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대중은 이런 발표를 접하게 될 때 눈감고 잠이나 자라는 두뇌의 지시가 시각중추신경에 전달되어 급격한 수면상태로 전환되게 된다..
우리 주변에 있는 프리젠테이션 귀재들의 발표를 보면 언제나 100% 완벽한 모습을 발견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 역시 자신이 준비한 100% 가운데 20%만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적어도 내 주변의 프리젠테이션 귀재들은 1시간의 발표를 위해 며칠 동안의 준비와 연습을 하고 발표에 임한다.. 내가 20%만 준비하고 나간다면? 답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두번째.. 주제전달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두려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정확히 전달한다는 것은 개인의 재능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방법론의 문제일 경우가 많은데 알면서 못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모르는데도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지 않는다는데 있다.. 쉽게 말해 생각을 안한다는 것이다.. 결국 발표자와 대중과의 소통은 이 생각없는 행동으로 인해 장벽이 생기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지만 주제 전달임무를 맡은 우리의 발표자는 이 벽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Mac을 사용하는 유저들은 Keynote라는 걸출한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를 알고 있다.. 요즘은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 일반화되다 보니(관련 서적도 나와있다) 평소 업무에선 Mac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저들 조차도 프리젠테이션을 위해서 Keynote를 활용하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Keynote의 현란한 트랜지션 효과와 오브젝트 액션 효과가 이목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혹자는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Keynote가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란 말도 한다.. 과연 그럴까? 그의 초기 프리젠테이션을 지켜보면 Keynote가 없는 시대에 그가 어떻게 대중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로 사로잡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이것이다.. 주제전달은 Keynote의 현란한 화면효과가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화면효과를 무시할 순 없다.. 관심을 일으키니까.. 그러나 그 화면효과가 전달하는 주제와 아무런 연관성 없이 반복된다면 시각적 스트레스를 안겨다 주는 것 외엔 아무런 쓸모가 없다..
간혹 Keynote를 사용해 만든 발표자료를 보면 Keynote의 모든 화면효과를 다 보여주겠다는 사명감으로 주제와 상관없이 여러 효과들을 도배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바라보면 한숨만 나온다.. 성경에 회 칠한 무덤[footnote]이스라엘 지역의 무덤은 동굴을 파서 시체를 넣어놓고 입구를 막은 후 겉을 석회로 칠해서 마감하는데 겉에서 보이기엔 매우 깨끗하지만 속에선 시체가 썩고 있다..[/footnote]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이런 프리젠테이션이 바로 회 칠한 무덤인 셈이다..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도구를 알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도구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능을 적재적소에 알맞게 사용하는 것이다.. 간을 잘 맞춘 요리가 맛이 좋은 것처럼..
최근 가르 레이놀즈(Garr Reynolds)의 프리젠테이션 젠이란 책이 번역되어 프리젠테이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나 역시 우연한 기회를 통해 한번 읽게 되었는데 읽고 난 후 느낀 감상은 이 책은 프리젠테이션을 요리하는 칼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매우 신선하다.. 강조하는 점들은 명쾌하고 실제 응용하여 적용하기 매우 쉽게 많은 예제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겉만 멋져 보이는 프리젠테이션(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래 영상이다.. --)을 만들기 쉽다.. 칼이 요리사에게 주어지느냐 강도에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쓰이는 목적이 달라지듯이..
프리젠테이션은 무엇보다도 앞서 말한 두가지 두려움에 대해 본인 스스로 해결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름대로 그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보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본인이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에 빛을 내주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해결책이 없는 상태라면 이 책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해결책을 전해주는 책도 아닐 뿐더러 본인 스스로도 돈버렸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거라고 여기는 것이 때론 아무나 아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아.. 한가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이 책을 보면 마치 Powerpoint로 만든 프리젠테이션 자료는 잘못되었고 Keynote로 만든 프리젠테이션 자료는 매우 훌륭한 것처럼 묘사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혹 그렇게 여기는 이가 있다면 본인이 평소 난독증이 있지 않았나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꼭 유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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