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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 영화를 보면 가끔은 영화가 묘사하는 현실의 모습에 불편할 때가 있다.. 그 이유는 영화가 그리는 현실이 실제의 그것보다 더 현실적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묘사된 현실은 실제 현실이 가지고 있는 치부를 왜곡없이 스크린에 투사하면서 보는 이의 시선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우리가 영화에서 기대하는 현실은 사실은 이상적인 이데아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마치 사실주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불편함이 있다..

인도인에 의해 쓰여진 인도인의 이야기.. 상실의 상속에서 바라보는 인도의 모습은 표현하고 있는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마스 L.프리드먼'이 바라본 인도의 모습과는 분명 다른 이미지다.. 그것은 인도인만이 바라볼 수 있는 자국의 현실에 대한 자기객관화는 아닐 것이다.. 빠르게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이면의 모습이 있었고 그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불편한 진실로 다가온 것 뿐이다..

냉전시대 정치적 구분에 의해 만들어진 제3세계의 개념은 경제적 개념으로 바뀐 이후 단순히 국가 분류의 개념이 아닌 1, 2순위로 올라설 수 없는 3순위의 국가 개념으로 그 의미가 고정되어가고 있고 9.11 이후 그 상황은 더욱 굳어져 가고 있다.. 상실의 상속은 제3세계 국가인 인도에서 태어난 인도인의 삶을 1980년대 시간적 배경을 빌려 기록하고 있지만 진정 말하고자 하는 근원적인 의미는 제3세계와 제1세계가 경제적, 문화적으로 충돌할 경우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관찰의 기록이다..

제3세계와 제1세계가 부딪히며 발산되는 폐해는 힘없는 개인에게 상실이란 형태로 고스란히 남겨진다.. 상실이 짓누르는 무게를 감당하기엔 이들은 너무나도 나약하다.. 내면에서 곪을대로 곪은 상처는 결국 분노로 표출되고 그것은 다른이에게 상처를 입히며 또 다른 상실을 전이시킨다..

잃어버려야 할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것이 상실로 남겨진 이유는 다름아닌 자기 부정의 결과다.. 자신이 제3세계의 피를 이어받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어하는.. 이는 뿌리에 대한 부정이자 근본적으로 정체성에 대한 부정이다..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나름대로의 극복을 위한 방편으로 행해진 자기 부정이기에 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대를 이어온 굴욕의 역사를 벗어나고자 발버둥치지만 그들은 결국 그들이 태어난 그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좌절감이 판단력의 상실로 전이된다..

서로 다른 세계의 충돌이 가져다 준 여파는 가치관의 혼란으로 남겨진다.. 그 혼란은 놀랍게도 지금 우리가 가진 혼란과 다름이 없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개개인의 삶은 기준이 모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현실을 투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어쩌면 그런 현실을 구성하는 미장센의 한 요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cosmos

2009/08/26 00:54 | ordinary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카이 마코토(新海 誠) 감독의 초속 5cm(원제:秒速 5センチメ-トル) 제2화 코스모나우토(コスモナウト) 편을 보면 우주선이 발사되어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노을을 가로지르며 올라가는 우주선의 모습은 카메라 앵글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오랫동안 보여지는데 비록 코스모나우토 편의 애틋한 이야기를 이끄는 과정 가운데 연결고리로의 역할을 담당한 것이었지만 무척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소년의 꿈이 아직까지도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로호(KSLV-I)의 발사 순간, 가로 300픽셀도 안되는 작은 화면으로 그 순간을 보고 있었지만 떨리는 마음은 바로 소년의 그것이었다.. 비록 싣고간 위성이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게 되어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 짓게 되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만들어온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로서 스페이스 클럽으로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되었다..

塞翁之馬

2009/08/23 22:41 | ordinary
토요일 오전 어머니의 주치의와 면담이 있었다.. 목요일 면담 때까지만 해도 완치가 가능한 혈액암으로 진단이 되었는데 염색체 검사 결과 최종 확진의 결과가 달라졌다.. 중간에 병명이 바뀌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결과는 그리 예후가 좋지 않는 성격으로 달라졌다..

어머니의 암에 대한 일반적인 항암치료의 치료율은 30% 미만이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행해질 항암치료는 3년 전부터 임상형태로 진행되어 온 새로운 치료법으로 진행된다.. 주치의는 새로운 치료법이 50%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기존 치료방법보다 20%의 가능성이 추가되었지만 그만큼 힘든 치료의 기간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쉽진 않다.. 하지만 잘 버티시고 이겨내실 것이다.. 당신께서 나에게 보여주신 삶이 그러했듯이.. 50%의 가능성은 그것을 이겨낸 이에겐 100%의 가능성과 다름 없다..

PS3 Slim

2009/08/20 02:05 | favorite/goods
PlayStation 3 - PS3 Slim

지난 18일 GamesCom에서 PS3 차기 제품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PSP Go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소니의 공식 발표 전에 이미 제품 디자인에 대한 상세 내용이 루머로 퍼져 있었는데 유저들 사이에서 설마 저 디자인으로 나올까라고 여겼던 것이 그대로 공식발표로 이어지자 의견들이 분분한 모습이다..

PS3 차기 제품의 정식 제품명은 'PlayStation 3'로 붙여졌다.. 정식 제품명보단 'PS3 Slim'이란 명칭이 더 익숙한데 이는 기존 PS3 대비 제품 디자인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PS3 유저들 사이에선 de facto standard가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이전 PS3의 정식 제품명은 'PLAYSTATION 3' 였다.. 제품명이 기존의 명명 구조로 환원된 것은 미디어 허브로의 포지셔닝을 했던 기존 PS3의 브랜드 전략에 대한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내부적으로 있었음을 암시한다.. 이는 PS3 Slim을 출시하면서 제품군의 가격을 인하한 것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PS3 Slim의 공식 출시가인 $299는 Nintendo Wii 보단 비싸지만 MS XBox 360과 비교하면 충분히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기존 PS3가 60nm 공정(process)의 셀 프로세서(Cell processor)를 사용한 것에 비해 PS3 Slim은 45nm 공정의 셀 프로세서를 도입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차기 PS3는 더 작게 제작될 것이라는 루머가 업계에서 흘러 나왔는데 그 루머의 근거가 바로 45nm 공정의 셀 프로세서였다.. 소니는 2007년에 셀 프로세서의 자체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에 이번 PS3 Slim에 들어가는 셀 프로세서는 IBM에서 제조한 제품이 사용되었다.. 45nm 공정의 셀 프로세서 도입으로 인해 실제 동작속도는 동일하게 가져가면서도 크기와 발열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기존 PS3 대비 또 다른 차이점은 Linux에 대한 OS 지원이 제외된다는 점이다.. 이는 보안에 대한 문제 외에도 PSP나 NDS, Wii 등의 콘솔에서 소위 커펌(Custom Firmware)을 통한 해킹이 이뤄지면서 매출 구조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생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소니 입장에선 PSP의 커펌에 대한 그동안의 대응을 익히 경험했기 때문에 Linux 미지원을 결정하는데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충분히 판단된다..

소니 제품군으로 AV 시스템을 구축한 유저들이 반길만한 소식도 같이 포함되었다.. 바로 PS3 Slim에서 BRAVIA Sync가 지원이 된다는 점이다.. 최근 몇년간 출시되고 있는 소니 제품군이 BRAVIA Sync를 지원하고 있는 와중에 기존 PS3에서는 이를 지원하지 않았는데 PS3 Slim에서 이를 지원하게 됨으로 BRAVIA를 중심으로 PS3 Slim이 소니가 구상하고 있는 AV의 연결 구조 안에 포함되게 되었다..

BRAVIA Sync 기능은 BRAVIA TV가 없는 유저들은 특별한 관심이 없는 기능일 수 있으나 PSN과의 연계를 통한 컨텐츠 유통채널의 연결고리를 PS3 Slim이 담당하게 될 가능성도 있어 나름 주목할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PSP minis를 통해 PSP와 PSP Go 사이의 간극을 서서히 좁혀가려는 소니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향후 네트워크 연계에서 PS3 Slim이 차지할 위치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인 것은 과연 가격인하까지 감행한 소니의 이번 발표가 얼마나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인데 9월 1일 PS3 Slim의 정식 출시일이 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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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2009/08/14 23:37 | ordinary
간간히 집안 구석을 가로질러 가는 바람.. 바람이 지나가며 현관에 매달아 놓은 풍경을 건드려 미세하게 흔들린다.. 흔들리는 풍경의 움직임마저 없다면 사진과 다를 바 없는 실내.. 시간은 상태의 변화가 있을 때에만 측정이 가능하다는 말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모든 것이 멈춰져 있다.. 익숙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은 그 익숙함을 충분히 낯선 곳으로 만들어버린다.. 시선에 잡히는 공간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잠깐 선잠이 들었었나보다.. 입고 있던 옷에 땀이 살짝 배인 것을 느낀 순간 잠에서 깬다.. 더운 공기를 어떻게든 몰아내보고자 선풍기를 돌려 본다..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는 순간 눈 앞의 화면이 바뀌어 있다.. 원두막 그늘에서 바람을 맞으며 누워있는 한 아이가 보인다.. 이제는 지질할 법도 하건만 여름방학 내내 그렇게 외갓집에서 가족과 떨어져 홀로 보내는 일상을 즐기고 있다..

불현듯 깨닫는다.. 그 자리에 어머니가 안 계신 이유를..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는 해마다 방학이 되면 외갓집에 날 맡기시곤 서울로 다시 올라가셨다.. 기억을 거슬러 보니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론 방학이 되어도 외갓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전과 달라진 것은 우리 가족에게 집이 생겼다는 것과 가업이 망한 후 아버지께서 단지 장남이란 이유로 떠 안아야 했던 집안의 빚을 더이상 갚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뒤로 한채 방학 내내 실컷 놀아도 된다는 것에 들떠 있던 아이의 모습은 철없는 모습 그것이었다.. 그걸 이제서야 깨닫는구나.... 손에 힘이 빠진다.. 난 아직도 철이 덜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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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것 두가지

2009/08/13 04:37 | ordinary
버린 것 하나..
여름휴가 기간 중 맘먹고 시간을 내어 RSS 구독 리스트를 정리했다.. 근 1000여개 가까이 되었던 구독 리스트 가운데 이미 사라졌거나 1년 이상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는 블로그를 우선적으로 1차 정리한 후 나머지 리스트 중에서 지인들과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분야의 블로그만 남겨놓고 다시 한번 정리했다.. 2차 정리 단계에선 구독하던 블로그를 한번씩 방문한 후 정리 유무를 결정하느라 생각보다는 시간이 좀더 소요되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약 200여개로 구독 리스트 수가 줄어들었다.. 초기 리스트 수치 대비 약 80% 정도가 줄어든 셈이다.. 언젠가 해야지라고 계속 머리 속을 떠나지 않던 리스트 정리에 대한 생각이 이참에 같이 정리되었다..

버린 것 둘..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브라우저 즐겨찾기 정보는 2001년 경부터 백업과 복원의 과정을 거쳐 그 끈질긴 생명을 유지해온 것이었다.. 즐겨찾기 정보만 살펴보면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었고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에 대해 바로 파악이 될 정도였는데 이번에 RSS 구독 리스트 정리를 하는 김에 즐겨찾기도 같이 정리했다.. 두번째 버림은 첫번째 것에 비해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내용 모두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삭제 후 최근에 자주 찾는 몇개의 사이트만 신규로 즐겨찾기 등록을 했다.. 새로 등록한 사이트는 URL을 외우고 있는 사이트들이라 굳이 즐겨찾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즐겨찾기 정보를 일순간에 상실한 브라우저에 대한 예우차원이었다..

여행

2009/08/10 00:54 | ordinary
고등학교 때부터 허물없이 지냈던 친구 셋이 모여서 그 중 한 녀석의 시골집으로 일주일 정도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었다.. 바쁜 여름철 친구 네 일손도 도와드릴겸 겸사겸사 내려간 여행길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도시를 벗어난 여행길.. 만나는 물줄기, 꺽이는 산 길 하나하나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친구집에 도착하고 여정을 풀자마자 동네를 한바퀴 돌아봤다.. 집 근처에 폐교로 남겨진 학교가 하나 있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 친구녀석이 졸업한 초등학교였다.. 한적한 시골 분교였던 그곳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간 이후 더이상 입학할 아이들이 없자 근처에 있는 좀더 큰 초등학교로 학교가 합쳐지면서 폐교가 된 것이었다..

의자 몇개 정도 남아 있던 빈 교실안에서 세 친구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들뜬 기분으로 내려온 것만 같았던 그 자리에서 세명은 각자가 안고 있던 고민거리들을 서로에게 털어놨다.. 친구이기에 가능했던 속 이야기들을 서로 꺼내고 나누며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그 날 오후 학교 뒷 마당에 심겨져 있던 몇 그루 나무들 중 하나를 골라 개인적으로 준비해갔던 물건 하나를 묻어놨다.. 그것은 내 자신에게 남기고자 했던 약속이기도 했고 자신을 향한 하나의 시험이기도 했다.. 다시 이 자리를 찾을 때 그것을 다시 보면서 이룰 수 있었던 약속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몇년이 흘렀다..


그 곳을 다시 찾게된 것은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시게 된 연유였다.. 장례기간 동안 조문객들을 맞이하면서 일을 치루고 난 후 다시 상경하기 전 잠시 짬을 내 학교 뒷 마당을 찾았다.. 몇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나무의 위치가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그러나 그 자리에 내가 묻어두었던 그것은 없었다.. 나무를 잘못 기억한 것일까? 그리 내키지 않는 맘이었지만 다른 나무를 찾아 뒤져봤다.. 어디에도 없었다..

묻어놨던 물건을 찾진 못했지만 그 물건에 담겨져 있던 약속은 사실상 묻어둔 그것을 다시 찾는 것과는 이미 상관이 없는 일이긴 했다.. 굳이 물건을 찾으려 했던 것은 거기에 담겨있던 약속을 물리적 대체제인 그것를 통해 소멸시키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이미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진 상태가 되었으니 그것으로 모든 것은 정리가 된 셈이었다.. 맘은 편해졌고 스스로에게 단잠을 청하며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서울로 올라왔다..


여행을 준비하는 요 며칠 사이, 잊고 있었던 그 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는 분명 마음 어느 한자리에 내려놓을 무엇인가가 있었음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조차 뜸했던 그 친구들에게 전화라도 걸어봐야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 멤버끼리 다시 모여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그 시절 그 고민들을 회상하면서.. 이미 지금은 고민도 아닌 그것들을 떠올리며 아마도 친구는 웃음을 머금고 어깨를 짚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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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he

2009/08/06 13:08 | favorite/music & instrument
개인적으로 윤상의 음악의 절정에 3집 Cliche 앨범이 있다고 생각한다.. 뒤늦게 음악을 접한 후 앨범을 구하는 시점에선 앨범은 이미 절판되어서 아쉬웠는데 재발매 소식(역시 뒤늦게 접하고..)을 듣고 바로 구입했다.. 이제 몇시간 후면 내 손에 그토록 기다리던 앨범 중 하나가 손에 들어온다..

Cliche

이미 음악은 귀에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앨범이 주는 느낌은 또 다를 것이다.. 음악이 주는 기대감과 설레임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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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윤아 1집을 다시 듣는다..
1집에 담긴 그의 음악은 슬픔에 대한 이야기이다.. 앨범 제목처럼 웃음의 이면에 담겨있는 그림자를 찾는 여정이 앨범안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슬픔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떠오르는 아티스트가 있다.. 한명은 윤상이고 다른 한명은 바로 김윤아다.. 그 둘은 똑같이 슬픔에 대해 이야기를 풀지만 김윤아의 앨범에서 느껴지는 슬픔은 윤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윤상의 음악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감싸 안는다.. 그 감싸 안음에는 여하의 불만도 투정도 없다.. 묵묵히 서있는 자리에서 그 상처를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묻어둘 뿐이다.. 그로 인해 그의 음악을 들으며 감정은 더 극화되고 정작 그 자신은 슬픔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지만 느껴지는 아련함은 청자로 하여금 서서히 목이 메이게 만든다.. 그에 비해 김윤아의 음악은 상처를 치유하거나 감싸 안기보다는 상처를 그 모습 그대로 전함으로써 상처 속에 실재하고 있는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마치 이게 현실이다라고 말하듯이..

다분히 직설적인 김윤아의 음악은 종잇장처럼 얇게 날이 선 예리한 칼에 베인 상처를 대하는 것 같다.. 핏방울이 베인 상처 사이로 살며시 스며 나오지만 정작 아픔을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상처로 인한 아픔은 쓰리게 살 속을 파고 들고 결국 그것이 나에게 아픔이었음을 깨달았을 땐 상흔만이 남겨져 그 슬픔의 근원이 이미 지나가버린 사랑이었음을 기억하게 한다..

그의 음악은 표현하는 방법이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그렇다고 신랄하진 않다.. 더 소리쳐 내뱉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있는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채색되지 않은 담담함에는 단절에 대한 위로를 갈망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침전된 슬픔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을 대변하지만 그 쌓여진 무게만큼이나 그리움 역시 쌓여있기에 역설적이게도 지난한 삶을 버티는 힘이 그 슬픔으로부터 우러나온다.. 그 의미를 이해하는 순간 그의 슬픔은 교감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그녀를 만나다..

2009/08/03 13:00 | ordinary
새로 개통된 9호선 라인으로 오면 출근시간이 30여분 가까이 단축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선릉역 방향의 2호선을 고집한 것은 환승의 불편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미의 이름 이후 오랜만에 다시 집어든 소설 한권.. 그 책을 읽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는 길은 오전 출근 시간이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책을 가방에 집어 넣고 버스에 올라탄 후 당산역에 내려 2호선으로 옮겨탔다..

지하철은 자신의 본분이 땅 밑을 달리는 것임을 승객에게 다시한번 주지시키듯이 바로 지하로 미끄러져 내려갔고 이윽고 열차는 영등포구청역에 도착했다.. 정차하는 바퀴소리가 플랫폼에 공명을 일으키는 순간, 출입문이 열리는 것을 무심코 바라본 것은 정말 무심한 선택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 생각없이 부산하게 환승을 하는 승객들을 지켜보던 그 때.. 눈에 들어오는 사람 한명.. 정말 그 사람이 맞는지 다시 확인해 보고 내 시력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곤 1년도 훨씬 더 지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녀다..

그녀의 모습을 처음으로 기억하게 된 것은 2007년 늦 겨울 즈음이었다.. 처음엔 인지하지 못했지만 동 시간대에 출근하고 방향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론 언제나 그 시간대엔 항상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이름이 무엇인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녀에 대한 개인소사는 전혀 알 길이 없었지만 딱히 궁금해할 필요도 없었다.. 언제나 그 시간 그 자리에 그녀가 있었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 뒤 개인사정에 의해 회사를 옮기게 되고 거의 1년 여가 지날 수록 부딪히지 않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지금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더운 여름엔 그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옅은 브라운 컬러의 플래어 스커트.. 다행히 객차 내의 에어콘 바람이 실내의 기온을 떨어뜨려 그 스커트의 색감이 그리 더워보이진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그냥 그 공간에서 나란히 서있었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나갔구나..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던 사이 열차는 어느새 강남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고 열리는 문 사이로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빠져나갔다.. 닫히는 문의 창문 사이로 계단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을지 전혀 궁금해하지도 않던 내가 그 순간 그 생각을 문득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의미없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날 때면 언제나 습관처럼 했던 그 행동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인지 주머니에서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바라봤다..

오늘도.. 지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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